ABOUT ME

-

Today
-
Yesterday
-
Total
-
  • 하얀 도화지에 한 줄 낙서.
    Maybe... Diary 2011. 11. 24. 00:40


     어둠이 짙게 깔리고, 부모님은 주무시는 시간. 아직 남아있는 할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켠다. 마우스 커서에 내 눈은 고정되고, 손은 재빨리 인터넷 창 하나를 띄운다. 메일을 확인하고, 메신저에 접속해 지인들과 간단한 안부를 묻는다. 그렇게 20분 뒤, 비로소 내 컴퓨터에는 워드 프로그램이 실행된다.
     쓰지 않던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. 1년 가까이 글을 쓰는 삶을 등한시했다. '그래도 난 글을 잘 쓰니까...'라며 무시했던 글쓰기 실력은 온데간데 없다.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이제 겨우 세 줄. 그 세줄조차 한숨을 쉬고는 모두 삭제해버린다.
     어디서부터 멈춰버렸을까, 내 머릿속 톱니바퀴들은. 매일 아침 눈을 뜨고, 다시 눈을 감을 때 까지 내가 했던 일의 7할은 시간때우기에 불과했다. 어느 날 문득,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일까 했지만, 내 몸은 이미 푹신한 이불 속에서 빠져나오지 못했다.
     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.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여기까지 내몰았나보다. 어떻게보면 엄청난 전기에너지의 낭비일지도 모르겠지만, 그래도 써 놓으련다. 그리고 두련다. 이런 시절을 되돌아보는것도 나쁘진 않았으니까.
     
     아무튼, 요즘들어 왜 기술을 배우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해 본다. 글쓰기가 나름의 전문기술이라고 생각했지만, 오연호씨가 '모든 시민은 기자다'라는 망언을 해 주신 덕분에 더이상 글쓰기는 메리트가 아니게 됐다.
     게다가 자기소개서라는 것이 자신을 소개하기보다는 자신을 포장한다는 의미가 강해진 것 같다.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소개서라기보다는 내가 이 회사를 위해 이런 것과 저런 것을 맞춰가겠다는 일종의 계약서 같다. 내 자신을 그대로 쓰면 탈락하니까, 나는 유일한 존재로서의 내가 아닌 회사의 부속품에 알맞다고 자랑하는 글이 되어버린다.
     난 그러지 않을거라 했건만, 나도 그러고 있다.

     영어실력에서는 큰 문제를 발견했다. 들리긴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른다. 읽을 순 있지만 정확한 해석은 못한다. 말하는 것은 유치원생 수준이요. 글쓰기는 아주 밑바닥을 긴다. 토익을 해서 뭣하겠냐라고 생각했지만,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.

     씁쓸하지만, 하나를 포기하니까... 이렇게 된 것 같다. 포기하지 말고 밑바닥부터 할걸 하는 생각도 든다.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이렇게 하는거다. 그래, 그런거다. 단지 그런것 뿐이다.



Designed by Tistory.